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중심에 있는 엔비디아가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기업들도 동반 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요. 이번 주가 하락의 배경과 향후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와 시장 반응
엔비디아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393억3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시장조사기관 팩트셋(FactSet)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81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치인데요. 특히 데이터센터 매출은 356억 달러로 전망치를 뛰어넘으며 AI 시장의 강력한 성장세를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그러나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새로운 정보가 나오지 않으면서,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약세를 보였습니다. 장 마감 후 발표 당시에는 보합권에서 등락을 반복했지만, 컨퍼런스콜이 진행되면서 하락세로 전환되었죠.
국내 반도체주도 동반 하락
엔비디아의 주가 변동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후 2시 5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12% 하락한 19만8700원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HBM(고대역폭 메모리)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한미반도체도 약보합세를 기록했고, 반도체 장비 업체인 HPSP는 4.78% 하락하는 등 전체적인 약세 흐름이 감지되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컨퍼런스콜에서 추가적인 호재가 나오지 않은 점이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질의응답에서 특별한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는 점이 실망감을 야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죠.
그러나 엔비디아는 올해 1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430억 달러로 제시하며, 시장 예상치(421억 달러)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여전히 강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투자 전략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실적이 AI 반도체 시장의 방향성을 재확인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채인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같은 고객사의 기술 로드맵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반도체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다"며 "SK하이닉스가 차세대 HBM 제품군을 독점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며, 매크로 환경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펀더멘털이 탄탄한 AI 관련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는 점도 덧붙였죠.
엔비디아의 차세대 제품과 기대
한편, 엔비디아는 내달 개최되는 AI 개발자 행사 'GTC 2025'에서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 '베라(Vera)'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Rubin)'을 장착한 슈퍼 칩 '베라 루빈'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 행사가 AI 반도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국내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였지만,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흔들리기보다는 장기적인 시장 전망과 기업의 펀더멘털을 고려한 투자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